어제 태터앤미디어가 주최한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유명한 블로거들이 많이 자리했다. 내 경우 시사평론을 하고 있지만, 임 의장과 직접 마주앉아 얘기를 나누는 자리는 처음이었다.
간담회는 4시간 가까이나 계속되었다. 오랜 시간의 대화 속에서 발견한 임태희 의장의 모습은 합리적 보수주의자, 혹은 합리적 시장주의자라고 표현하고 싶다.
사진은 카앤드라이빙님이 주셨습니다
일단은 틀에 박힌 한나라당식 답변을 하지 않아 반가왔다.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기록이 남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의 분위기와 다른 발언들을 하는 것은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목에서는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언론사 인사 꼭 저렇게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봐왔다”
“인터넷 포털에서의 일방적인 블라인드 처리는 문제가 있다..... 과도하게 블라인드 조치했다고 하면 30일 후에 판명나면 (삭제요청한 측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 보상도 없이 아니면 그만이다 식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창만 준 것이지 방패를 안 준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는 남북관계도 대화로 풀려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회의는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굳이 가릴 이유가 없다”
“우리 은행들 과도하다. 경제가 좋을 때는 괜찮다. 은행이 공공재다. 경영에 코스트 때문에 한국은행 금리 내리는데 금리 못 내리는 건 말이 안된다. CD 연동하는 것 잘못됐다."
“(쓰레기 시멘트 문제) 사실이라면 큰 문제이다. 이거 언제 현장에 한번 가보자. 환경부와 같이 가자.”
블로거들과의 간담회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한나라당 정치인, 그것도 주요 당직을 맡은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운 발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소 한나라당 주류 정치인들의 과다한 보수성을 싫어하던 나였기에, 임 의장의 이러한 모습은 일단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합리적이다’라는 장점을 스스로 들었다.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책을 하는 사람은 합리적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을 꺼냈다.
맞는 말이다. 여야가 이념의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의 내용을 갖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노력을 할 때, 우리 정치는 훨씬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불문하고 합리적이고 정책 우선의 사고를 하는 정치인들이 입지를 넓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 의장은 한나라당 사람들도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박과 논쟁이 따르는 자리라 해도, 피하지 않고 토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불로거들과의 토론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 의장은 블로거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일정한 정치적 수확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아무래도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우세한 현실을 감안한다면, 임 의장은 자신의 소신들을 적지않게 내비치며 합리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역시 소통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임태희 의장과의 간담회를 마치며, 여야 불문하고 이념에 갇히지 않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정치인들의 입지가 빨리 더 넓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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